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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인간

추리,SF 주성희

냉장인간을 둘러싼 워밍홈의 진실, 대기업 이그니스와의 대결에서 석진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작품소개

뜨거워진 도시는 우리의 열정을 갉아먹고 자란다. 더 이상 열정이 없어진 우리는 시원한 냉장고에 처박히는 인생을 택했다. 과연 뜨거워진 세상이 잘못인지, 피하는 우리가 잘못인지 짧은 이야기를 통해 생각할 기회를 마련해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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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세상은 오존으로 가득차고, 온도는 끝 간 데 없이 올라가던 어느 날,
경쟁에 지친 사람들은 해결되지 못하는 끝없는 열에 시달리기 시작한다.
그들은 천천히, 냉장고 안으로 들어가고 곧 '냉장인간'이라고 불리게 된다.

냉장고에서만 살다가 몇 주 후면 목숨을 잃는 기묘한 병이 일반적으로 변한 세상.

냉장인간 복지사인 석진은 아버지가 냉장인간으로 변하고, 그를 냉장인간을 보관해주는 '워밍홈'에 낸다. 아무리 노력해도 올라가는 요금을 감당하기 힘들었던 어느 날, 석진은 집안의 치부인 냉장인간과 냉장고가 버려지는 '무덤'에서 이상한 냉장고를 발견한다.

고가의 냉장고 위에는 죽은 사람이, 냉장고에는 개목걸이가 찬 냉장인간이 들어있었다.
이상한 목걸이를 쥐고 집에 돌아온 석진은 누군가에게 납치되는데...

냉장인간을 둘러싼 워밍홈의 진실, 대기업 이그니스와의 대결에서 석진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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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소개

교보문고 스토리크리에이터 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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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속으로

석진은 숨을 크게 들이쉬고 호흡을 참았다.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며 숨을 참고, 있는 힘껏 위에 엎어져 있는 시신을 밀어냈다. 손도 대기 싫어서 근처에 파이프를 주워 밀어냈지만 헛수고였다. 시체는 냉장고에 끈적하게 눌어붙어 있었다.

결국 석진은 얼굴을 찌푸리며 손으로 그를 냉장고에서 떼어서 치워냈다. 시신은 냉장고를 가로막은 더러운 장애물일 뿐이다. 여전히 그의 유해가 덕지덕지 묻어있는 냉장고의 문을 열자마자 석진은 또다시 인상을 찌푸렸다.

웬 노인이 웅크린 채 들어있었다. 누군가 냉장인간이 들어 있는 냉장고를 버린 것이다. 방금 치운 시신보다는 상태가 괜찮았지만 연이어 나온 시체가 그리 달가운 일이 아니었다.

폭염에 시신은 검게 썩다 못해 무른 바나나처럼 뭉그러져 있었다. 사실 아예 예상치 못한 일은 아니었다. 냉장인간이 들어간 냉장고를 버리는 집은 가난한 집만이 아니었다. 자신의 집에 냉장인간이 있다는 것을 숨기고 싶은 부유한 집도 많았다.


***

쿵쿵쿵쿵.

그때 벨도 울리지 않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석진은 고개를 돌렸다. 집에 올 사람은 없었다. 물건을 시킨 적도 없고 집으로 찾아올 만한 친구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석진이 반응을 하지 않자 다시 쿵쿵, 누군가 거칠게 문을 두드렸다. 석진은 그제야 일어나 문을 열었다.

“누구세… 이봐요! 이거 안 놔?! 야!!”

석진이 문을 열자마자 두 명의 괴한이 석진을 붙잡고 집 밖으로 끌어냈다. 석진을 차에 가둔 그들은 석진이 해체하려던 목걸이를 챙긴 다음 어딘가로 향했다.

석진의 외침은 금세 묵살되었고 복도는 다시 조용해졌다. 아무도 나와서 보는 사람이 없었다.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고요해진 아파트는 그대로 아침을 맞았다.

***

“일단, 협상해보는 건 어때?”
“여기서 그만두라는 거야? 이그니스가 사과하는 꼴을 보지도 못했는데?”
“그만두는 게 아니라, 중요한 건 냉장인간의 안전이라는 말이야.”

석진은 유진에게 냉장인간의 안전을 강조했다. 상대는 모든 것을 다 가진 대기업이었다. 회원 수가 10명이 겨우 넘는 작은 시민단체는 이그니스가 입김만 불어도 무너질 것이 뻔했다.

석진은 이그니스를 계속 자극하면 워밍홈 안에 있는 냉장인간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워밍홈에 냉장인간을 넣을 때 계약서에 사인을 하는데, 조항 중 하나가 바로 냉장인간에게 임상실험을 할 수 있는 권리를 넘겨주는 내용이었다. 수많은 사람이 급박함에 사로잡혀 꼼꼼히 살펴보지 않고 냉장인간을 넘기곤 했다. 사실 조항은 수백 가지나 되어서 이를 모두 읽는 사람은 거의 0명에 가까울 정도였다.

“내가 직접 사장을 만나볼게. 나라면 만나줄 거야.”

고슴도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워밍홈에 있는 냉장인간의 안전이었다. 가족, 친지, 연인인 그들이 워밍홈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가 가장 궁금한 사안이기도 했다. 고슴도치는 당장 이그니스를 고발해 정의를 실현하는 것보다 냉장인간의 안전을 우선했다. 진우 역시 워밍홈 안에 있을 아내의 상태가 걱정되었다. 그녀도 강제노동에 동원되어 있을지도 몰랐다.

“보내주자. 일단 가서 대화를 나눠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진우가 석진의 말에 힘을 실어주었다. 민호 역시 냉장인간이 된 친구의 안전이 걱정되는 눈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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