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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버스

드라마 단요

돈이 미덕이 된 도시에서 살아남기 위한 스물셋의 욕망기

작품소개

시장이 추락할수록 돈을 버는 세계, 인버스.

타인의 불행에 전부를 건 스물셋의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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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시장이 추락할수록 돈을 버는 세계, 인버스
타인의 불행에 전부를 건 스물셋의 질주

수능시험이 끝나자마자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주인공 ‘나’의 첫 월급은 130만 원. 부모님께 각각 용돈 10만 원씩을 주고 나니 110만 원이 남았다. 이 돈을 가장 합법적으로 늘릴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주식을 시작한다. 하지만 생각보다 주식의 수익은 소소해 재미가 없었고, 더 높은 수익을 위해 해외선물에 투자하기로 한다. 투자에 꽤 소질이 있었는지 잔고는 110만 원에서 500만 원으로, 3,000만 원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가다, 급기야 4억 8,000만 원을 찍는다. 하지만 이 영광의 순간도 잠시, 반대매매를 맞고 고작 다섯 시간 만에 1억 원으로 추락하고 만다. 이후 1억 원은 5,000만 원이 됐다가 다시 7,000만 원, 그리고 또 2,000만 원으로 등락을 거듭했고, 결국 500만 원만을 남기고서야 정신을 차린 그녀는 계좌를 털고 나온다. 부모님 모르게 대학도 중퇴하고, 2년간 투자에만 매달렸는데 남은 게 겨우 500만 원이라는 사실에 괴로워하던 그녀는 투자 블로그를 운영하며 알게 된 불법 대여계좌 업체 사장 정운채를 찾아가 돈을 빌린다. 빌린 돈은 무기한 무이자 2,000만 원, 그리고 추가 8,000만 원이 더해져 총 1억 원. 이게 잘하는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선 최선이라 믿으며 그 돈으로 선물 인버스를 시작하는데......
수익과 손실이 항상 대칭을 이루는 선물판에는 ‘누군가가 매수로 10틱을 먹으면 반대편에는 매도자가 잃는 10틱이’(35쪽) 있다. 같은 사건에도 누구는 웃고 누구는 우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가격 하락에 돈을 거는 인버스의 세계에서는 타인의 불행이 곧 나의 행복이다. 시장이 추락하고, 가격이 떨어질수록 나에게 수익이 되기 때문. 그렇게 돈을 벌어 더도 덜도 말고 지방에 작고 깨끗한 아파트를 하나 사서 엄마랑 영원히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그녀의 꿈은 나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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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소개

사람 한 명과 함께 강원도에서 살고 있다. 사람이 사람이라서 생기는 이야기들을 즐겨 쓴다. 청소년 성장소설 《다이브》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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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속으로

스물한 살은 타산을 따지지 못해도 속물이 될 수 있는 나이였다. 남을 만족시키는 것과 내가 만족하는 것을 혼동할 나이이기도 했다. _29쪽

정의의 편이 되기에는 양심이 부족하고 악당이 되기에는 겁이 많았는데, 그렇다고 해서 개인적인 희비극에 실컷 도취되기에는 또 자기객관화가 잘됐다. _36쪽

사람은 악하기 때문에 배은망덕해지는 것만은 아니다. 미약한 양심이 악덕 곁에 불편하게 얹히면 사람은 훨씬 쉽게 추잡해진다. 타협할 수 없는 것을 타협시키려 애써야 하기 때문이다. _41쪽

존엄은 돈과 맞바꾸지 못한다지만 그 말은 절반만 진실이다. 이미 팔린 낯을 돈으로 거둬들일 수는 없어도 돈을 받고 낯을 팔 수는 있기 때문이다. _50쪽

그러니까 나는 정장을 입지 못하는 미래가 두려운 게 아니었다. 견고하고 안정적인 삶의 미덕이, 내가 그걸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실이 두려운 거였다. 돈이 풍선처럼 부풀다가 터지고 다시 부푸는 데에는 사라질 일 없는 월급이 적금통장에 차곡차곡 모이는 것과는 다른 역동성이 있었다. 사람을 매혹시키고 사로잡는 역동성. _68쪽

그제야 내가 줄곧 바랐던 것이 무엇이었는지가 떠올랐다. 나는 이 모든 짓을 그만두고 싶었다. 죄책감을 몰아내고 싶었고 거짓말을 관두고 싶었다. 아버지의 사업이나 엄마의 명의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싶었다. 그냥 엄마를 데리고 이 집을 나와서 영원히 평안하게, 행복하게, 조용하게 동화책의 마지막 페이지처럼 살고 싶었다. _110쪽

여전히 정운채의 악덕을 갖고 싶진 않았지만 그 삶은 동경했다. 항상 여유롭고, 입가에서 웃음을 잃지 않고, 땀과 눈물에 절어 뒤엉킨 사람들을 스치듯 밟아 올라가서 깨끗함에 이르는 삶. _126쪽

난 천천히 안전하게 갈 바에는 그냥 가드레일에 들이박고 죽어 버릴래. 미친 소리라는 건 아는데 제정신으로 살고 싶지도 않아. _145쪽

올라갈 수 있으면 올라가는 것이고 아니면 아닌 대로 사는 것이다. 나는 저 위에 뭐가 있든 붙잡을 게 있으면 일단 붙잡아 기어올랐다. _173쪽

나한테는 슬퍼하거나 비참해할 자격이 없다. 패배하면 망가진 잔고와 함께 증발하고, 승리하면 살아남아 모든 것을 누린다. 돈과 욕망의 세계에서는 오직 그것만이 진실이다. _174쪽

언젠가는 타산 이상의 것들을 배워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지금은 아니었다. 삶은 계속될 테고, 스물세 살은 무능력과 무지를 사치처럼 누려도 괜찮을 나이였으며, 나는 피곤했다. _20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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