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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수장고

역사,추리 이재인

국립중앙박물관 한시임기직 학예사 오혜림의 '슬기로운 박물관 연쇄살인 추적기'

작품소개

관장의 취임 1주년을 기념하는 수장고 최초 공개 행사에서 신원불명의 미이라가 '전시' 된다.

문제는, 미이라의 목에 자살한 혜림의 전임자 김주하의 직원카드가 걸려 있었던 것.

"김주하... 죽어서도 나를 엿먹이네."

누구보다 현실적이고 먹고사니즘에 충실한 혜림.

그 후, 연이어 일어난 사건의 배후를 추적하기 위해 박물관의 모든 수장고를 탐색하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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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논다. 놀고들 있다.'

관장의 취임 1주년을 기념하는 수장고 최초 공개 행사에서 신원불명의 미이라가 '전시' 된다.

문제는, 미이라의 목에 자살한 혜림의 전임자 김주하의 직원카드가 걸려 있었던 것.

"김주하... 죽어서도 나를 엿먹이네."

누구보다 현실적이고 먹고사니즘에 충실한 혜림.

그 후, 연이어 일어난 사건의 배후를 추적하기 위해 박물관의 모든 수장고를 탐색하기 시작하는데...

"이게 왜 여기서 나와?"

한밤중의 박물관. 그곳에서 은밀하고 위험한 살인자와의 추격전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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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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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속으로

논다. 놀고들 있다.

관장의 뒤통수를 바라보던 혜림이 남들 모르게 등 뒤로 숨긴 손등을 꽉 꼬집었다. 하마터면, 소리 내어 말할 뻔했다.

비처럼 쏟아지는 셔터 소리 사이로 관장과 유물부장이 연신 기자들을 향해 입을 벙긋거렸다. 셔터 소리에 묻힌 두 사람의 목소리가 깊은 물속에서 듣는 것처럼 멀고 아득하게 들리는 것 같았다.


“이제 이 문을 열면 ‘진짜’ 수장고를 만나게 됩니다. 진짜 수장고. 의식하지 못하셨겠지만, 여러분은 이미 일곱 번의 보안을 통과한 후 여기까지 오신 겁니다.”

유물부장 성우신이 잠시 말을 멈췄다. 자신의 말에 기자들이 웅성거리는 모습을 즐기는 듯하기도, 뒤이어 나올 말이 더 극적으로 들리길 바라는 것 같기도 했다.

3수장고 문 앞에서 박동훈 관장과 성 부장이 포즈를 취하자, 또다시 셔터 소리가 쏟아졌다. 수장고로 향하는 긴 복도를 지나오는 동안, 쌓인 기대를 반영하듯 기자들의 손놀림은 더욱 빨라지고 있었다.

기자들이 내놓을 헤드라인은 대체로 비슷할 거다. 과시욕 강한 박 관장의 취향에 딱 맞는 기사 제목과 사진이 곧 온 포털 메인을 장식할 테다.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 최초 공개]

[용산 이관 후 처음 공개된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

[국립중앙박물관 박동훈 관장 취임 1주년 기념 수장고 공개 행사]

“자, 그럼 지금부터 3수장고를 개방하도록 하겠습니다.”

보안 센서에 지문을 인식시킨 성 부장이 자신의 아이디 카드와 수장고 열쇠를 들어 보이며 씩 웃자, 기자들이 일순 입을 닫았다. 찰나의 정적 속에서 성 부장의 카드가 보안을 해제하는 소리만이 복도를 채웠다.

혜림은 또 한 번 손등을 꼬집었다. 등 뒤로 숨긴 두 손을 몇 번이나 꼬집고 문지르며 멋대로 움찔거리는 입꼬리를 단속했다.

성 부장의 느물거리는 저 얼굴도, 한껏 거드름을 피우고 있는 박 관장의 태도도. 모두 너무 유난스러워서 오히려 우스꽝스럽게 느껴졌다. 아무도 관심 없는 박물관장의 취임 1주년이 뭐 얼마나 대단히 기념할 일이라고.

혜림은 어떻게든 지금의 자리와 그 자리에서 비롯된 영광을 최대한 오랫동안 누리고 싶은 저들의 욕망을 이해하면서도, 이렇게 한다고 그 자리를 더 지킬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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