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메스를 든 사냥꾼

추리,호러 최이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격장애 법의관, 과거와 얽히다.

작품소개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겪고 있는 능력있는 법의관 서세현에게 들이닥친 과거.
생물학적 아버지, 자신이 죽인 윤조균의 그림자가 그녀의 명예와 삶을 위협한다.
다시 그녀에게 접근해오는 윤조균을 다시 죽이기로 결심한 세현은 순진한 경위 정정현을 이용하기로 하는데...
작품소개 열기

시놉시스

화제의 염산테러 사건을 해결해 스타덤에 오른 7년차 법의관, 서세현.
빠르고 정확한 부검, 비상한 지적 능력까지 갖춘 그녀에게는 치명적인 결점이자 비밀이 있다.
그녀가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것.
누구보다 높은 권력욕을 가지고 양심에 얽매이지 않고 망설임 없이 일하는 그녀에게 내밀어진 사건.

심하게 부패된 사체에 남겨진 갈기갈기 찢겨진 흔적과, 그것을 꿰멘 자국때문에 언론은 이 사건의 범인을 '재단사'라고 칭하며 크게 다룬다. 세현은 이 사건을 통해 출세 코스를 확정지으리라 다짐하고, 경찰대 출신의 사건 해결에 열정을 보이는 경찰. '정정현' 경위를 이용하려 한다.

그러나 사건은 그녀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흘러가게 되는데...

'내가 죽였던 윤조균의 짓이다.'

분명 그녀가 죽였던 그녀의 모든 것을 알려준 스승이자 생물학적 아버지, 윤조균이 저지르고, 그녀에게 메세지를 보내는 게 틀림없다.
아찔한 과거의 잔상에 세현은 다시 한번, 그를 죽여야 했다.

그녀는 그를 다시 한 번 죽이고, 자신이 이뤄낸 모든 것을 지킬 수 있을까?
시놉시스 열기

작가소개

교보문고 스토리크리에이터 2기
작가소개 열기

작품속으로

“어땠어?”

진우의 목소리를 들으니 그제야 긴장이 풀린 건지 정현은 참았던 말을 조잘조잘 늘어놓았다.

“그 사람 진짜 장난 아닌데요?”
“그러니까 같이 현장 조사할 때 옆에 딱 붙어서 보고 배워. 그 사람 진짜 일 잘해. 성격이 좀 둥글둥글한 편은 아니니까 네가 먼저 가서 말이라도 더 붙여보고.”
“안 그래도 같이 경찰서 가면서 더 이야기해보고 싶었는데 다른 일 있다며 먼저 가시더라고요. 아쉬운데 어쩔 수 없죠. 사건이 꽤 복잡해 보여서 걱정 많이 했는데 그래도 한시름 놨습니다.”
“그래, 잘했어. 사건은 좀 어때?”
“아직 이렇다 저렇다 판단할 단계는 아닌 것 같아요. 사체 훼손이 심해서 걱정은 됩니다.”
“얼마나 심한데 그래?”

정현은 주위를 둘러보다 경찰차에서 멀리 떨어져 빈 곳을 찾아 걸음을 옮겨 전화기에 대고 속삭였다.

“그게 누가 사체를 절개한 다음에 무슨 실을 꿰매뒀더라고요.”
“꿰맸다고? 수술할 때처럼?”
“아니. 약간…. 실을 매달아 놓은 것처럼요.”
“뭐야. 완전 미친놈이네.”
“현장에 흔적 하나 없이요. 진짜 심각하죠?”
“그러네. 어쩌다 처음부터 그런 사건을 만났냐. 야, 근데 이따 다시 통화해야겠다.”
“알겠어요. 근데 이거 아직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 돼요.”
“내가 이걸 누구한테 말해. 쓸데없는 걱정하지 말고. 이런 사건은 같이 일하는 팀원들이랑 합이 잘 맞아야 하는 거 알지? 네가 나이가 어리니까 먼저 스스럼없이 다가가고 어? 뻣뻣하게 굴지 말라고.”

***

조균과 관련된 과거 수사 자료를 찾아보고 싶었지만, 법의관이라는 세현의 신분이 발목을 잡았다. 법의관은 경찰이 아니다. 법의관이 하는 일은 변사체가 발견되면 사건의 증거가 될 법한 정보를 간추려 알려주는 일, 딱 그 정도가 전부였다. 세현은 혼자서 사건 현장을 갈 수도, 목격자를 만날 수도, 과거 사건 파일을 조회하는 것도 힘든 처지였다.

예전에는 부검에만 집중할 수 있어 깔끔하니 좋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지금은 방지 턱처럼 세현의 전진을 막았다. 조균은 도대체 왜 살아있나. 그와 살육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 그가 왜 사람을 죽이고 다니는지는 굳이 따져 볼 필요도 없었지만, 그의 생존 여부는 세현에게 정말로 중요한 문제였다. 그날 조균은 분명 세현의 손에 죽었다. 당시 상황을 찬찬히 불러오려 했지만 완벽하게 재현되지 않는 과거가 세현을 괴롭혔다. 아무리 쥐어짜도 기억의 큼직한 조각이 목구멍에 걸린 것처럼 빠지지 않아 답답했다.

***

빛으로 나서기 전까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한 걸음 남은 그때 무언가 세현의 코를 강하게 때렸다.

어쩌면 평범한 사람은 태어나 살아가며 생이 끊기기 전까지 평생 맡아볼 일 없겠지만, 세현에게는 후각을 넘어 다른 감각으로 뇌에 새겨진 냄새였다. 만약 길고양이가 죽어 썩었다면 이런 냄새가 나질 않았겠지.

세현은 본능적으로 주변을 살폈다. 전봇대 밑에 어지럽게 박스 상자가 쌓여있었다. 그중 하나는 세현이 예전에 버려두고 나온 것이었다. 세현은 그대로 움직임을 멈춘 채 살며시 발로 상자를 밀어냈다. 하필 이 날씨에 운동화를 세탁해 어쩔 수 없이 신고 온 한 사이즈 큰 로퍼가 발끝에서 날아갈 것 같았다. 눈에 보이는 것보다 더 두껍게 쌓인 박스 중 가장 부피가 커다란 상자를 밀자 사람이 나왔다.
책 속으로 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