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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도시

미스터리,추리 정명섭

누구도 죽어서는 안 되는 공간, 그 곳에서 발견된 시체!

작품소개

개성 공단은 남북한 사이에 놓인 외줄입니다.

살인자는 교묘하게 남과 북 사이에 숨었다. 살인 자체보다는 그 파장을 감추는 데 힘을 기울일 것이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블랙박스와 CCTV가 없고 서로를 믿지 못하는 사람들이 사는 이 이상한 도시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

개성 공단에서의 죽음은 낯설고 외로워져서 금방 잊히는 것 같았다. 아니면 다들 잊어버리려고 노력하는 것인지도 몰랐다.

남북한의 외줄과도 같은 개성 공단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의 배후는 누구일까? 그 진실을 파헤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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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군 헌병대 수사관 강민규는 모종의 사건에 연루되면서 반강제로 전역하고 탐정사무소에서 일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던 어느 날, 외가 쪽 친척인 원종대가 찾아온다. 그는 개성공단 안에 의류 사업체를 운영 중인데 재고와 원자재가 계속 사라진다면서 범인을 잡아달라고 부탁한다.

“어떻게 말입니까?”

원종대는 자신의 공장 직원으로 채용해서 개성공단으로 파견할 테니까 그곳에서 직접 조사해달라고 부탁한다. 강민규는 너무 위험하다면서 거절하지만 그가 막대한 보수를 약속하자 승낙한다. 통일부의 교육을 받은 강민규는 원종대와 함께 개성공단으로 향한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중소도시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을 보고 적지 않게 놀란다.

대한민국의 기술로 건설된 개성공단에는 북한 근로자 십만 명이 일을 하고 있다. 모든 결제는 달러로 이뤄지고, CU 편의점에는 북한 종업원이 근무하는 묘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원종대가 운영하는 공장에서 일하게 된 강민규는 법인장 유순태의 견제를 받는 와중에 공장을 둘러보면서 현황을 파악한다. 그러면서 일정한 수준의 손실률이 이어지고 있음을 깨닫는다.

현장을 둘러본 강민규는 조직적으로 원재료나 혹은 완성품이 사라지고 있다고 확신하지만 별다른 단서를 찾지 못한다. 그러면서 사무실에서 사무원으로 근무하는 20대의 북한 여성 백영희와 말 많은 40대의 작업반장 공혁수와 가까워진다. 반면, 남측 책임자인 법인장 유순태가 그를 탐탁지 않게 여기면서 갈등이 벌어진다.

일이 복잡하게 돌아간다고 느낀 강민규는 서울로 나와서 원종대에게 손을 떼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손을 떼고 싶으면 받은 돈을 돌려달라는 얘기를 듣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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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소개

서울에서 태어났다. 대기업 샐러리맨과 바리스타를 거쳐 현재 전업 작가로 활동하면서 대중 강연을 병행하고 있다. 글은 남들이 볼 수 없는 은밀하거나 사라진 공간을 얘기할 때 빛이 난다고 믿는다.
그동안 쓴 작품으로 역사추리소설 『적패』를 비롯하여 『개봉동 명탐정』 『무너진 아파트의 아이들』 『유품정리사』 『한성 프리메이슨』 『어린 만세꾼』 『상해임시정부』 『살아서 가야 한다』 『달이 부서진 밤』 『미스 손탁』 『멸화군』 『불 꺼진 아파트의 아이들』 『어쩌다 고양이 탐정』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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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속으로

날이 밝자 첫날 만났던 조사관이 찾아와서는 구금이 풀렸음을 알려줬다. 강민규는 조사관이 청한 악수를 무시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복도를 지나 현관을 나서자 제복 차림의 오재민 소좌가 계단을 등지고 서 있었다. 그가 옆에 서자 오재민 소좌가 물었다.

“바깥에 나오니까 어떻습니까?”

“바깥 공기가 좋은 건 대한민국이나 여기나 마찬가지 같습니다.”

“한 가지 분명히 해둘 게 있소. 당신은 북남간의 관계를 고려해서 석방된 것이지 혐의가 완전히 벗겨지거나 혹은 행동의 자유가 주어진 게 아니오. 원칙적으로 이곳에 있는 동안은 당신은 내 감시 아래에 놓인 거요.”

“범인을 잡기 전까지는 도망칠 생각은 없으니 염려 말아요. 시간이 없으니까 가면서 얘기합시다.”

“왜 그렇게 범인을 잡는 거에 집착하는 겁니까?”

오재민 소좌의 질문에 강민규는 우뚝 서서 대답했다.

“이대로 돌아가면 망하니까, 살인자라는 손가락질을 받으면서 살기도 싫고 말이오.”
“나와 조사관에게는 무죄라고 당당하게 얘기해놓고 너무 약한 거 아닙니까?”

“세상은 진실에는 관심이 없어요. 오직 자기 입맛에 맞는 사실에만 눈길을 주거든. 피차 애매하게 존댓말과 반말 오가지 말고 말 놓읍시다. 보아하니 나랑 나이도 비슷한 것 같은데 말이오.”

“당신이 내 부하였거나 동료였다면 정강이를 한 대 까였을 거요. 하지만 그런 걸로 다툴 생각이 없으니 그렇게 합시다.”

“일단 공장부터 가지. 며칠 동안 옷도 못 갈아입고 씻지도 못해서 샤워부터 해야겠어.”

“그러지.”

마땅찮은 말투로 대답한 오재민 소좌가 담배를 꺼내 물었다. 몇 걸음 걷던 강민규가 피식 웃었다.

“살다 살다 호위총국 요원이랑 파트너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네.”

“나도 남조선 군관 출신이랑 일하게 되리라고 상상도 못했지.”

한 마디씩 얘기를 나누고 피식 웃은 두 사람이 공장에 나타나자 셔틀버스에서 내려서 출근하던 북한 근로자들은 하나 같이 입을 다물지 못했다. 현관 앞에서 북한 근로자들을 맞이하던 이 부장과 홍 과장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에게 가볍게 눈인사를 하고 3층 숙소로 올라간 강민규는 방으로 들어가서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머리에 수건을 뒤집어 쓴 채 밖으로 나온 강민규는 마침 숙소로 들어선 이성원 부장에게 물었다.

“여사님은 어디 갔어요?”

“어제 짐 싸서 내려갔어. 무섭다고 더 못 있겠데.”

“법인장님은요?”

“시신은 공단에 있는 병원으로 옮겨졌고, 유품은 엊그제 정리해서 내려 보냈어. 덕분에 공장도 이틀이나 쉬어서 주문이 잔뜩 밀렸고 말이야.”

“그럼 주말에도 특근을 하겠네요.”

“법인장과 얘기 중인데 그래야 할 거 같아. 자네는 어떻게 된 거야?”

이성원 부장이 숙소를 살펴보고 있던 오재민 소좌를 힐끔거리면서 물었다.

“잠깐 빨갱이랑 손잡고 일 할 거 같아요. 사장님은 안 올라오셨습니까?”

“내가 올라와달라고 그렇게 얘기를 해도 들은 척도 안 하고 있어. 겁쟁이 같으니라고.”

“겁쟁이요?”

“결론이 날 때 까지 올라오지 않을 거야. 잘못하면 독박을 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나봐. 이런 쪽으로는 촉이 기가 막히거든.”

“법인장님이 돌아가시던 날 공장에 누가 남아있었는지 알 수 있습니까?”

“일지 보면 알 수 있지. 빨갱이랑 손잡고 일한다는 게 무슨 소리야?”

“살인범을 잡아야죠. 그게 남이든 북이든 말입니다.”

“아무튼 난 모르는 일이니까 알아서 하게.”

손사래를 친 이성원 부장이 허둥지둥 숙소를 나갔다. 강민규는 찬장에서 컵라면 두 개를 꺼내서 테이블에 올려놨다. 그리고 냉장고에서 김치를 꺼내면서 소리쳤다.

“어이! 라면이나 먹고 시작하지?”

테이블에 마주앉아 컵라면을 먹던 오재민 소좌가 지나가는 말처럼 입을 열었다.

“현장은 깨끗이 치워졌어.”

“어차피 있어봤자 건질 수 나 있겠어?”

“남조선에서 이번 사건이 유야무야되기를 바라는 것처럼 공화국에서도 마찬가지야. 공식적인 조사는 애초부터 불가능했어.”

“그러니까 셜록 홈즈가 되어야 한다 이 말이지. 셜록 홈즈가 누군지 알아?”

젓가락을 내려놓은 오재민 소좌가 피식 웃었다.

“1852년경에 태어난 영국의 탐정으로 1887년에 주홍색 연구로 처음 등장했고, 1891년에 모리어티 교수와 싸우다가 폭포에 떨어져서 실종되었지. 그리고 3년 후에 다시 나타나서 활약하고 은퇴했다가 제1차 세계대전 즈음에 마지막으로 활약을 하고 완전히 은퇴를 했어. 연구자들은 그가 1957년에 백 살이 넘게 살다가 죽었다고 추정하고 있지.”

어이가 없어진 강민규가 중얼거렸다.

“맙소사.”

“남조선에서는 추리소설이라고 부르는 걸 우린 정탐소설이라고 부르지. 몇 년 전에 나온 세계아동문학선집에서도 바스커빌가의 개가 포함되어 있어.”

한방 먹은 강민규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산뜻하게 웃은 오재민 소좌가 물었다.

“이제 어떻게 할 건가 셜록 홈즈?”

“모든 가능성이 실패로 돌아갔을 때 그나마 남는 가설이 진실일 것이다.”

“브루스 파팅턴 호 설계도 편에 나온 얘기군. 어떤 가설을 세울 건데?”

“첫 번째! 범인은 이 공장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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